서문: 무기력증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의 책임은 없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태 글을 읽어오셨다면 무기력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반복된 실패때문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본인이 실패한 건데, 다른 사람들 보고 어쩌라고요? 무슨 상관인데요?"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옳다. 개인의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고 문제이다.
개인의 무한 책임지만 사회의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기력증에 빠지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사회는 면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사회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기력의 원인에 관하여 지극히 주관적이고 단견이지만 논리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다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주제이므로,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하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가? 전적으로 개인의 탓인가?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큰 변화를 경험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기 전인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자.
1. 사회의 과거와 현재 비교. 사회상 예시를 통해
1) 과거의 사회상
개똥이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다. 마름을 통해 소작농을 하시는 아버지의 밭은 물려받고 커서 꽃분이와 결혼할 것이다. 이 동네의 지주는 1명이고 대부분 본인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아버지께 농사를 배우고, 게으르지 않고, 재해만 없다면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다행히 당숙께서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신다고 하니 걱정은 덜었다. 다만 올해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2) 현대의 사회상
일남이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직장을 다니시고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 머리는 타고나지 않아서 반에서 중간에 겨우 들어간다. 내년이면 대학을 가야 한다. 고액과외를 받지도 뛰어난 두뇌도 없으니 SKY는 갈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았다. EBS강의를 열심히 보며 공부를 하였고 성적은 3등급과 4등급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이 그렇듯, 그렇게 중소기업에 취직을 할 것이다. 요즘은 공기업과 대기업이 아니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결혼이 물 건너간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지 않은 자신을 좋게 평가해 주는 사람이 없기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데이트하기도 쉽지 않다. 월 220을 받으며 월세 45만 원을 내고 보험을 내면 풍족한 생활을 하기도 어렵고 데이트도 어려울 것 같다. 청년백수가 많은 시대에 이 취직하는 것 마저도 걱정이다.
3) 차이
무엇이 차이인가?
(1) 개똥이는 열심히 살라고 강요받지 않고, 평범한 노력이면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생계의 문제인 농사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명확히 자연으로 인한 것이고, 농사에 대한 지식을 대물림하지 못한 것은 농경사회 공동체 및 친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2) 일남이는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는 모든 결과물을 서열로 정해놓았다. 노력을 하여도 좋은 결과물을 내어놓지 않으면 질타를 받고 평범한 삶을 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자신은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해 사회와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이 사회들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농촌 경제공동체에서 살아왔다면 현재는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는 경쟁을 통해 최선의 효율을 보여주고, 사회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겨 많은 사람들이 부유한 삶을 살게 하였다.
하지만 개인의 재능이 고려되지 않은 채 무한 경쟁 속에서 서열이 매겨지고, 노력과 정확히 비례하지 않은 결과물을 통해 보상을 받는다. 많은 연구들이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짐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사실은 거의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이들에겐 보상을 쥐여주지 않는다.
2. 현대사회의 문제
1) 경쟁과 보상
가장 큰 문제는 패배자가 명확히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학교 성적도 등급으로 나눈다. 조선시대면 장수가 되었겠지만, 이들마저도 현대에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 경쟁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재능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역사회 공동체 내에서는 큰 차별요인이 아니었고, 현대에 이르러 노력이라고 불리는 가치에 과다한 평가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노력에 대한 경쟁과 차별적 보상이 더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 책임, 보상에 대한 상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결과물은 실패했다고 평가받기에 성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실패로 인한 자존감 저하, 무기력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사회적 안전망
경쟁과 보상은 사회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경쟁과 보상을 통해 인류 전체가 이득을 누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 국가각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 없었지만, 농촌공동체와 친족집단 소속된 안정감이 있고, 친족들과 이웃들이 돌보아주었다는 사실이다. 현재에는 공동체가 많이 붕괴되었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망이 완벽하게 작용하지 못한다. 더욱이 공동체가 없으니 필요한 대상을 찾기도 어렵다.
3) 개인의 탓을 하는 사회
더 큰 문제는 모든 실패를 개인의 탓을 한다. 수능 3등급 내에 들 수 있는 학생은 생각보다 소수이다. 일반적은 사회적 인식으로는 3등급은 받아야 노는 학생이 아닌 줄 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개인의 노력이 불충분한 학생들인가? 인구의 과반이 반드시 확률적으로 나머지 등급에 속해야 하는 사회라면 사회적 구조가 실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똑같이 노력해도 실패가 확정된 사회라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모두가 완벽히 똑같은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과 환경에 영향을 받아 노력에 대한 완벽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더욱이 노력마저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당신의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건 아이 탓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자 탓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더욱이 학국사회는 육체노동이 천시받는 사회다. 공부라는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낮은 등급이라도 육체노동을 통해 고임금을 받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저임금에 차별적인 시선을 받아야 한다.
3. 결론: 사회의 영향이 있고, 책임도 공유해야 한다.
무기력의 원인은 반복된 실패이다. 무한경쟁사회에서 학교를 진학할 때마다 평가받고 직장에서 평가받는 우리는 언제나 승리자의 위치에서만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 확률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실패가 오로지 개인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과 보상은 당연하다. 다만 실패를 경험하고 경쟁에서 쳐지는 것이 당신만의 잘못이 아니며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아니다. 반복된 실패와 경쟁에서 패배하여 자신감을 상실하고 무기력에 빠질 이유가 당신에게 없다. 무기력을 지나쳐 은둔형 외톨이가 될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 속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상수다. 언제나 변하지 않고 있는 값이다. 당신만의 탓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실패하고 이겨내며 나아가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실패 속에서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당신만의 탓도 아니며,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당신의 실패가 당신을 차지하지 않고, 이 글이 당신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실패는 지나가던 길에 만난 풍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실패는 오로지 당신 탓이 아니며, 남의 탓도 하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p.s. 오늘은 과학적인 이야기보단 사회에 대한 의견이라 약간의 부담이 있습니다. 이견은 댓글을 달아주시고,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위로와 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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